세상에 콩먹기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까? | 라이 | 2014.11.07 |
|
|
세상에 콩 먹는 거 좋아하는 친구가, 그런 친구가 있을까? 있겠지 물론. 내 사전에는 없지만 있을 겁니다. 편식하지 않고 초록빛나는 비타민 듬뿍 담긴 음식들 좋아하는 친구가 있을거에요. 우리집 두 딸내미들은 솔직히 싫어합니다. 내가 이 책으로 우리 딸내미들 콩 안먹는습관 좀 고쳐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뭐 책 한권의 힘이 온전히 발휘되려면 두고두고 보고 읽고.... 이거 장기전으로 생각해야겠지요? 옛날 옛적에 ...... 로 시작되어야할 것 만 같은 분위기의 첫 페이지입니다. 아빠와 로즈가 사는 집인데, 너무 예쁘지요? 공주님들이 특히나 좋아할 것 같은 그림입니다. 아기자기 꽃들도 만발하고 룰루~ 노래가 나올 것 같은 이 따듯한 분위기. 정말 행복해보이지요? 그래요. 그날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행복했다고 합니다. 아빠가 로즈에게 " 완두콩 요리 "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그 날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네요. 온통 콩들이 튀댕기고 덩달아 로즈도 도망다니기에 정신없습니다.
딸들은 이 모습이 조금 의아한 듯 합니다. " 왜 아빠가 요리하지? 엄마는 어디갔지? " 애들아 동화에는 주로 엄마가 없어. 특히 공주나오는 동화는 말이지. 애네들 센스가 없구나. 이것도 핑크공주가 나온단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안나오는 거야........... 라고 말해주는 엄마는 없겠죠?ㅎㅎ 아빠는 로즈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셨네요. 의사샘을 부릅니다. 의사선생님은 더 당황스런 처방전을 주세요. 바로 로즈가 공주이기 때문에 완두콩을 질색팔색한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 책 한 권을 소개해줘요. 책속에 책이 나오네요. 아이들이 몰입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자신이 핑크공주라며 성에 찾아온 소녀가 정말 공주인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위 내용이 책속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요. 흑백으로 말끔하게 그려낸 공주이야기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지요? 정말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 진짜공주 '는 완두콩에 이런 증상을 보일까요? 예쁜 공주에게 이런 끔찍한 음식을 먹이다니!!!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마치 로즈가 된것마냥 절대 완두콩은 먹지 않겠다고, 때는 이때다 막 이럽니다. 공주라면 ... 왜 우리집에서 사니? 공주가 사는 성으로 가야지. 그래서 아빠와 헤어져 궁궐로 가게 됩니다.
공주가 산다는 그 궁궐은 참 별세상이에요.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로즈가 부러워집니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정말 가득한 곳이에요. 하지만, 공주가 되는 길은 늘 좋거나 또 쉽지만은 않은 거였어요. 공주로서 해야할 일들이 엄청 많았고, 또 지켜야할 예절, 배워야할 것들.. 그리고 공주라면 즐겨야 하는 차가운 양배추스프같은 것들이 로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우리 나라 작가의 그림책이 아니기때문에 아이들은 " 양배추 스프가 뭐가 어때서? " 라고 쉽게 공감하질 못합니다. 읽어주는 엄마도 그러게 양배추 스프라는 건 대체 어떤 맛이지? 무언가 꾸웩~ 인 맛인가보다라며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꾸웩~을 외치지? 물으니, 9세는 미역국을 들고, 7세는 양파가 잔뜩 들어간 볶음밥을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들만 계속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렇게 공주생활의 어두운(?) 면을 알게된 로즈는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옵니다. 그 뒤로 아빠는 더 열심히 완두콩 요리에 매진했겠지요? 로즈도 어느정도 완두콩을 먹게 되었다는 훈훈한 마무리.
여전히 먹는 일은 고역이지만, 이보다 더 꾸웩~인 것들이 많은 세상이니까, 먹기 싫은 음식을 꼭 먹어야만 한다면 우린 어떤 대책을 세울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콩 먹는 거 좋아하는 친구 있으면 비결을 알면 정말 알아내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 완두콩 ( 먹기 싫은 음식 ) 먹는 것보다 " 더한 고통이 따르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고 전해야할까요? 우리는 그런 핑크공주가 아니라 " 나 " 니까, 싫은 음식도 먹어 줄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할까요?
단순하게 접근하면 골고루 뭐든 잘 먹고, 특히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깨줄 수 도 있겠구나 싶지만, 책 한권으로 마냥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우리집 아이들은 이제 알만치 알아버렸거든요. 아집이 있다는^^ 하지만, 싫은 건 왜 싫은지 이유를 물어 깨쳐나갈 방법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