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의도를 찾아서
계절은 우리 몰래 바뀝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다 보면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요. 문득 잎들이 울긋불긋해집니다.
‘감나무 아래에서’는 여름이 가을로 바뀌는 순간을 소녀 영이의 모험으로 그렸습니다. 영이는 바람 부는 어느 날, 푸른 잎이 팔랑 떨어지는 것을 봅니다. 폴짝 뛰어 나뭇잎에 올라타고는 숲으로 논으로 마을 위로 날아다니며 가을로 변하는 자연을 온몸으로 즐깁니다. 다시 처음 그 자리에 내렸을 때, 잘 익은 감 하나가 톡, 떨어집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이야기를 시적 운율이 담긴 노래로 표현했으며, 계절이 어느새 바뀌듯,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려고 고민했습니다.
아이들이 영이와 모험을 함께하며 계절이 바뀌는 신비와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맑은 가을날 박진홍 드림
그림책을 꼼꼼히 봐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몇 장 안 되는 이 그림책 속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주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표현한 무수한 의미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속에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자 했다는 글 작가의 고민을 찾아봅니다. 한 줄 한 줄 읽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마침표! 이야기가 시작되고 영이가 푸른 잎에 올라탄 뒤 환상적인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글이 끝나는 곳에 찍혀 있어야 할 마침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침표 없는 글들이 이어지다가 영이의 여행이 끝나자 다시 나타나지요. 작가는 우리의 상상이 현실과 다른 끝맺음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무수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 아이들에게 그러한 꿈을 심어 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추측이 가능합니다. 유아와 함께 자유로이 상상하고 이야기해 보세요. |